공간에 예술을 불어넣다, 브이오엠랩
브이오엠랩 신재희 대표
최근 미디어 아트 전시가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미디어 아트는 전시물을 단순하게 나열하던 방식을 벗어나 관객이 오감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가령 액자 속에 걸려있던 그림이 거대한 세계가 되어 전시관 벽 전체를 유영하고, 암흑의 공연장에 쏘아진 빛들이 수 십, 수백 년 전의 마을을 재현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술의 영역도 무궁무진하게 확장되었다.
쏟아지는 미디어 아트 시장에서 사업성보다 관객의 진정성 있는 예술적 경험을 우선시하는 기업이 있다. 관객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예술적 경험과 감각을 제공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 예술 공간의 일상화를 꿈꾸는 브이오엠랩의 신재희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업 소개를 부탁드린다.
VOMLab은 ‘Void Multimedia Lab’의 약자로 공간에 미디어 아트를 더해 가상의 예술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기업이다. 여러 분야의 예술 창작자들이 모여 프로젝션 매핑 기술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공연, 전시, 미디어아트 작업을 폭넓게 이어오고 있다.
과거 예술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다. 예술 학교에서 무대와 조명을 전공하며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컸다. 삶의 질은 차치하고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선후배들 또한 같은 처지였다. 예술가로서 일을 하면서 4대 보험을 인정받고, 월급이 나오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조명과 영상 디자이너로 지내면서 공연 후 폐기되는 세트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들었다가 폐기하여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방식 말고 친환경적으로, 공연 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다. 그렇게 인터랙션과 매핑을 통해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을 연구하게 됐고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주요 사업 내용에 대하여
온, 오프라인 환경을 오가는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 기술을 통해 공간에 예술을 더하고 있다. 자사가 작업하는 공간에 들어올 관객을 상상하며 단순히 겉으로 봤을 때 좋은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관객에게 더 다양하고 폭넓은 예술적 경험과 감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궁중 화 축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작업을 꼽을 수 있다. 창경궁 내 춘당지라는 연못을 중심으로 약 200m에 이르는 구간을 꾸미는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였다. 프로젝션 매핑 뿐만 아니라 조명 및 특수효과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연 속 환상을 구현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의 동물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순간들을 살아 숨 쉬게 하고 느끼며 시간과 역사를 연결하였다. 이것은 문화유산의 가치와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비현실적 풍경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던 작업이다.
올해에는 제주도에 위치한 <노형수퍼마켙> 전시를 맡기도 했다. 층고 20m 높이의 공연장에 인터렉션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노형수퍼마켙을 물건이 아닌 추억을 파는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일상적인 빛과 색의 경험이라는 기존의 콘셉트를 더욱 강화한 전시이다.
제주 일출랜드의 AR 콘텐츠와 증강 드라마 프로젝트 <에드워드 V. 시몬스의 숲>과같이 웹 VR과 AR 기술을 사용한 작업들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박물관의 전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주 해녀의 부엌, 한남동 인소울과 같은 요식업 분야의 공간에도 다양한 매핑 기술을 활용한 아트를 해오고 있다.
또한, 누구나 매핑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핑 툴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파도를 표현하고자 할 때 단순히 파도가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이 아니라 관객이 파도를 밟으면 파장이 관객의 발밑으로 훑고 지나가는 모양이 나오도록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월하게 매핑이나 가상공간을 실행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 중 하나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진행하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의 여유와 삶의 여운을 선사하고 싶은 것도 브이오엠랩의 마음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브이오엠랩은 비즈니스보다 예술의 일상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예술로 인한 내면의 여유와 존재의 소중한 의미를 찾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 같은 예술을 관람하러 마음먹고 오는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의 보편적인 공간에서도 예술적 경험을 하면서 나와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자사의 가장 큰 목표다.
매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도 소중한 경험을 한 번씩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경험치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기를 꿈꾼다.
이를 통해 브이오엠랩은 시대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트렌드를 선두 할 수 있는, 관객을 보다 넓은 경험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기업이 되어 예술의 일상화 운동을 세계 시장까지 뻗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