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감동할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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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에 에스메랄다 게이샤라는 커피가 있다. 커피 비평가인 단 할리(Don Holly)는 이 커피를 맛보고 ‘컵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God In a Cup)’이라는 말을 남겼다. 해마다 인기가 높아져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는 별명도 갖게 되었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건 생두의 상태, 로스팅, 드립 기술 등 여러 조건의 조합이다. 이런 조합을 잘 활용해 한국에서도 신이 감동할만한 커피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분이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오로지 맛있는 커피를 만들자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 대표다.

 

사진01 신이 감동하는 커피라는 일념을 가진 게이샤아카데미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jpg
신이 감동하는 커피라는 일념을 가진 게이샤아카데미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

로스팅아카데미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단순하다. 커피를 제대로 내리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서였다. 이전에 서초에서 카페를 운영했을 때,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도 다시 가르쳐야 했다. 간혹 아예 방법을 잘못 알고 있거나 방법은 알지만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원리나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신이 아는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헤매기 일쑤다. 그래서 제대로 원리부터 알려주고 싶었다.

 

 파나마에서 “커피잔에서 신을 보았다”라는 극찬을 받은 커피가 나왔다면, 한국에서 “신이 감동할만한 커피”를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좋은 커피라면 입에서 떫지 않고 탄 맛은 적으면서 단맛과 신맛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 먹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로스팅과 핸드드립 방식까지 무수한 개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로스팅 타임, 구간, 온도와 같은 조건들을 달리하며 맛을 비교하고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분에 온도가 12℃가 올라가야 하는데, 10℃가 올라가면 쓴맛, 14℃가 올라가면 탄 맛이 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접 개발한 드립 방식이 있다. 원두와 물을 1:10로 하는데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해 고운 가루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인 방식이다. 이렇게 내리면 커피의 쓴맛은 빼고 단맛, 고소한 맛, 신맛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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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바리스타학원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는 맛있는 원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커피교육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 수업료와 재료까지 무료강의를 제공한다고 들었다.

 

예전에 사회봉사모임인 로터리클럽에서 활동할 때는 주로 성금을 내는 것으로 봉사를 했다. 그때 늘 마음속에 ‘봉사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나의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민센터와 인근 학교, 다문화센터까지 직접 연락하고 찾아다니며 방법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에는 다문화인 7명의 학생에게 무료로 강의를 지원할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은 기본적으로 모국어와 한국어 두 개의 언어가 가능하기에 앞으로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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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는 재능기부를 통해 김재현 대표만의 커피의 세계화를 꿈꾼다.

앞으로 김재현로스팅아카데미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사람을 만나 가르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다. 한 번은 72세, 69세 된 할머니 두 분이 바리스타 필기시험을 고작 보름 이내로 남겨두고 찾아왔다. 사실 바리스타 필기시험은 청년이라고 할지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떨어지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이 두 분은 한 번에 필기시험을 합격했다. 두 분의 열정만큼은 청춘이었기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더불어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다문화 가정을 포함해 후학들을 열심히 양성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전 세계 각지에 김재현의 커피를 전파하고 싶다. 그래서 김재현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스타벅스 이용 인구만큼 많아지기를 꿈꾼다. 신이 감동할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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